최은아 한의학 박사 칼럼

뇌종양 뇌간악성종양 방사선 간암말기

작성자
인산한의원
작성일
2022-09-09 10:00
조회
492
20220908
매일 답이 없는 환자들이 온다.
17세 아들의 엄마이다. 혼잣말처럼 한탄처럼 “백신을 안 맞았어야 하는데...” 넋 잃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앞으로가 중요할 뿐이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인간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혹 살길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어릴 때 폐렴을 앓았지만 치료하고 그 후 건강하게 지냈다. 2021년 겨울, 1차 코로나 백신을 맞고 심근염 증세로 심장이 뻐근하고 아프고 미열, 두통이 생겼다. 2022년 6월, 17세 아이가 이유없이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그러다가 8월 20일경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는 복시 현상이 나타났다가 얼마 후 사시가 왔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검사하고 뇌종양, 그 중에서도 수술, 항암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뇌간악성종양 진단을 받았다. 뇌간에 2.5센티 종양으로 방사선치료를 20일 정도 받으면 건강수명 3개월, 방사선치료를 안 받으면 건강수명 두 달 정도라고 의사가 말했다. 같은 말이 아닌가.
9월 7일 수욜 연휴 이틀 전 저녁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직 밥을 먹으면 희망이 있다. 우리는 항상 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제일 먼저 묻는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아직 간의 소화효소 생산기능이 살아있다는 뜻이다. 간이 다 중독되어 모든 기능을 잃은 건 아니라는 의미다.
한시간이라도 빨리 인산선생의 난담반캡슐을 복용하여 만약 그 약효로 면역 기능이 강력해져 종양이 중지된다면 희망이 있다. 성공이다. 종양이 중지만 하면 그 다음은 대부분 줄어든다. 커지는 힘을 억제시키는 것, 이게 관건이다. 시간이 생명이다.
그러나 환자들은 꿈에도 모른다. 시시각각 암세포는 커지고 독이 확산된다는 것을. 순식간에 불길이 확산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바로 코앞에 있다는 것을, 내일 또는 모레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강남 인산한의원 원장인 셋째아들과 나는 밤에라도 오면 바로 건네서 먹게 하고 싶었으나 추석 연휴 전날 9월 8일 오전에 환자 어머니가 왔다. 우리 설명을 듣는지 마는지 당연하지만 상황 파악이 안되는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빨리 먹기만 하면 만에 하나 이 아이를 살릴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건 아닌가’ ‘암의 세력을 이제라도 중단시킬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우리 마음은 너무나 급박한데 인산의학이나 한의학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한 남편에게 전화로 “탕약을 주문할까요? 말까요?” 묻는 걸 보고 ‘아, 안되겠구나! (먹기는 틀렸다!)’ 탄식했다. 아이는 어차피 천연물질로 암을 치료한다는게 이 세상에 신이 있다는 말처럼 황당무계, 어이없을텐데 어머니까지 저렇게 갈팡질팡 의지가 없다면 어차피 복용은 어려울 것이다.
우리만 애가 타서 시간이 생명이라고 바로 시작해보라고 신신당부하며 캡슐을 들려보내고 내일 연휴 휴가에 들어갈 직원을 특별 출근시켜 탕약을 제조하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한의원을 나간지 30분도 안되어 전화가 왔다. 조금 전에 신청한 탕약을 취소했다.
나는 늘 완치사례가 보고 싶다. 무료라도 먹이게 하고 싶은 환자들이 가끔 있다. 너무 늦어 병원치료로 불가능하면 천연물질로도 치료가 어렵다. 그러나 병원치료로는 완전히 불가능하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환자들이 아주 가끔 있다. 혹시나, 혹시나. 그러나 결국 그들도 치료가 안된다는 병원치료에 끝까지 매달린다. 방사선 받으면 석달, 안 받으면 두 달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 말에 현혹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이것이 우리 인간인가.
점심을 먹으며 둘째가 이 사연을 듣더니
“엄마, 그 보호자를 한번 더 설득해보면 안돼?”
“나는 지금까지 안 먹겠다는 사람에게 먹어보라고 권유한 적이 한번도 없어. 취소하는 사람에게 한번도 다시 말해본 적 없어.” 단호하게 답했다.
“엄마는 그걸 자랑이라고 해? 잘난 엄마생각이 뭐가 중요해.”
아! 내가 잘못했구나! 내 자존심, 내 감정이 뭐가 중요해. 환자가 죽어가는데. 나는 환자보다, 인산의학의 펼침보다 내 감정이 더 중요하고 내 마음 다치는 게 더 중요한 사람이었구나.
아들이 질타한다.
“그렇게 노력 안 하면서 인산의학이 이 세상에 안 알려지고 사람들이 몰라주고 미라클캡슐을 안 먹는다고 불평하면 안되잖아!”
그래, 나는 제대로 노력 안 하는구나. 나는 늘 내 감정이 더 중요하니까. 내 마음 다치는 게 제일 싫으니까. 네 말이 맞다. 노력도 안하면서 세상사람들이 모른다고 불평하면 우습지. 그래 앞으로는 진심을 다해야겠다.
다시 진심을 다해 보호자에게 전화했다. 상대가 듣고 말고는 내 손을 떠난 문제고 나는 나만 진정심을 다하면 된다.
덕분에 오후에 미라클캡슐에 대해 질문하러 온 말기 간암 환자에게 진정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었다. 다른 때 같으면 포기하고 건성으로 대했을 것이다. 둘째아들은 늘 내게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인간은 자기 할 일만 하면 된다. 결과는 내가 상관해서는 안될 내 통제밖의 일이다. 내 손을 떠난 것에 연연하는 건 어리석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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